2025년 현재, 전 세계는 디지털자산을 더 이상 투기성 자산이 아닌 하나의 제도권 금융자산으로 인정하려는 흐름에 본격적으로 진입했습니다. 과거에는 암호화폐가 중앙은행이나 금융 당국의 통제에서 벗어난 무정부적 성격을 가졌다면, 이제는 법적 정의, 규제 체계, 회계 기준, 세제 적용 등 ‘제도화’라는 프레임 속에서 재정립되고 있습니다. 이는 시장의 신뢰 회복과 기관 자금 유입을 이끌어내는 주요 배경이 되고 있으며, 국가 간 경쟁에서도 ‘디지털자산 중심 금융 허브’라는 새로운 좌표가 형성되고 있습니다.
1. 미국, 유럽 중심의 디지털자산 법제화 본격화
가장 큰 변화를 보이는 국가는 단연 미국과 유럽연합입니다. 미국은 오랫동안 디지털자산 규제에 있어 SEC(증권거래위원회)와 CFTC(상품선물거래위원회)의 이원적 감독 체계 속에서 불확실성을 안고 있었지만, 2024년 말부터 2025년 초까지 입법 작업이 빠르게 진행되면서 ‘디지털자산 시장 구조법(Digital Asset Market Structure Bill)’과 ‘스테이블코인 규제법’이 공식화되었습니다.
이 법안은 디지털 자산을 증권형(Security)과 상품형(Commodity)으로 구분하고,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은 상품으로, 일부 알트코인은 증권으로 분류하여 서로 다른 규제 기관의 감독을 받도록 명시했습니다. 거래소들은 등록 의무를 지니게 되었고, 발행사들은 백서 공시, 자본금 요건, 내부 통제 시스템을 요구받고 있습니다.
유럽연합은 MiCA(Markets in Crypto-Assets) 규제안을 기반으로 스테이블코인, 디파이, NFT까지 포함한 포괄적 규제를 도입했습니다. 특히 2025년부터 시행되는 MiCA 2.0에서는 ▲스테이블코인 발행 준비금 요건, ▲NFT 발행자와 마켓플레이스 등록 의무, ▲디파이 프로젝트의 KYC(Know Your Customer) 절차 명확화 등이 포함되어 있으며, 이는 글로벌 기준 형성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2. 아시아 주요국의 경쟁적 정책 도입…한국, 싱가포르, 일본 중심
한국은 2023년 시행된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법’을 기반으로, 2025년 현재는 ‘가상자산 유통 투명성 확보법’ 도입을 추진 중입니다. 해당 법안은 코인 발행자의 백서 공시와 유통량 보고를 의무화하고, 거래소 상장 절차를 제도화하며, 투자자 보호 펀드 마련, 사고 시 보상 체계 구축 등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또한 회계기준원은 디지털자산에 대한 회계기준을 마련하여, 코인을 기업 자산으로 어떻게 분류할 것인지, 공정가치 평가 기준은 무엇인지 등을 명시했습니다. 국세청은 과세체계 개편을 통해, 1년 이상 보유 시 장기보유공제 적용, NFT와 디파이 수익에 대한 구체적인 과세 기준 마련 등으로 시장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고 있습니다.
싱가포르는 MAS(통화청)를 통해 글로벌 블록체인 기업을 적극 유치하고 있으며, 2024년부터는 디지털자산 거래소 등록제를 의무화했습니다. 일본은 증권형 토큰(STO) 제도 도입과 함께, 기존 금융기관이 디지털 증권 발행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법 개정을 완료하였으며, 이를 기반으로 ‘디지털 증권 거래소(Digital Securities Exchange)’ 설립도 추진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정책은 단순히 규제의 의미를 넘어서, 디지털 자산을 하나의 ‘금융 수단’이자 ‘산업’으로 받아들이고, 국가 차원의 전략 산업으로 육성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합니다.
3. 제도화가 가져오는 구조적 변화: 신뢰, 유입, 안정성
디지털자산의 제도화는 세 가지 큰 효과를 가져옵니다. 첫째, 시장의 신뢰 회복입니다. 과거 루나·테라 사태, FTX 파산 등 일련의 대형 사건은 투자자 보호 시스템 부재와 정보 불균형, 불투명한 운영이 만든 구조적 문제였습니다. 제도화는 이 같은 불확실성을 제거하고, 투자자가 예측 가능한 환경에서 거래할 수 있도록 만듭니다.
둘째는 기관 자금의 유입입니다. 명확한 규제와 감독 시스템이 마련되면, 연기금·자산운용사·보험사 등 대형 자금이 본격적으로 디지털자산에 참여할 수 있게 됩니다. 이는 이미 비트코인 ETF의 승인 이후, 수십억 달러의 기관 자금이 유입되고 있다는 점에서 현실화되고 있습니다.
셋째는 생태계의 확장입니다. 커스터디(수탁), 세무, 감사, 디지털 은행, 디지털 아이덴티티 등 관련 산업이 함께 성장하게 되며, 이는 일자리 창출, 법률·기술 서비스 수요 증가 등 다양한 파급 효과를 유발합니다. 또한 법적 테두리 안에서 토큰 증권(STO), 탈중앙금융(DeFi), 블록체인 기반 지급결제 시스템이 본격 도입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됩니다.
결론: 디지털자산은 이제 ‘제도 안에서의 혁신’으로 전환 중
디지털자산 제도화는 전 세계가 공동으로 마주한 과제이며, 동시에 기회입니다. 규제를 기반으로 한 시장 질서 정립은 투자자에게는 신뢰를, 기업에게는 예측 가능성과 지속 가능성을 제공합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자유시장 vs 규제시장’이라는 대립이 아니라, **‘제도 안에서의 혁신’이 가능하냐**는 방향성으로 논의가 옮겨가고 있다는 것입니다.
2025년은 디지털자산이 명확한 규제 속에서 금융시장의 한 축으로 자리매김하는 원년이 될 수 있으며, 향후 3~5년은 이 산업이 얼마나 제도에 적응하고, 규제와의 균형 속에서 성장할 수 있는지를 결정짓는 시기가 될 것입니다.
투자자, 개발자, 정책 입안자 모두가 그 구조적 변화의 흐름을 정확히 읽고, 전략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요구되는 시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