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은 유럽연합(EU) 내에서도 암호화폐 제도화와 제도권 금융 편입에 있어 가장 앞선 행보를 보이고 있는 국가입니다. 특히 2020년 이후 독일 금융당국(BaFin)의 명확한 법적 정의와 라이선스 제도, 은행의 암호화폐 수탁 허용, 세제 기준 마련 등은 유럽 전체 디지털 자산 규제 프레임의 모범 사례로 꼽히고 있습니다.
2025년 현재, 독일은 EU 공통 암호화폐 규제인 MiCA(Markets in Crypto-Assets)와 함께 독자적 법규와 금융 감독 체계를 운영 중이며, 가상자산을 단순한 투기 수단이 아닌 ‘금융 자산군’으로 정의하고 실질적인 금융상품처럼 취급하고 있습니다. 다음은 독일의 암호화폐 정책을 은행, 투자자, 규제 세 분야로 나누어 분석한 내용입니다.
1. 은행의 암호화폐 수탁 및 판매 허용
독일은 2020년부터 기존 은행이 암호화폐를 직접 수탁하거나 고객에게 매매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허용한 최초의 주요국 중 하나입니다. 독일 금융감독청(BaFin)은 ‘가상자산 수탁업(Kryptoverwahrgeschäft)’이라는 법적 분류를 도입해, 관련 사업을 영위하려는 기업이나 은행은 별도 라이선스를 신청하도록 했습니다.
이후 도이체방크(Deutsche Bank), 코메르츠방크(Commerzbank) 등 주요 상업은행뿐 아니라, 수십 개의 중소 지방은행(Sparkasse, Volksbank)들도 암호화폐 수탁 및 거래 서비스를 도입했습니다. 특히 도이체방크는 자체 커스터디 플랫폼을 구축하고, 기관 투자자를 위한 보관·결제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이러한 제도적 허용은 전통 금융기관이 디지털 자산 시장에 본격 진입하는 계기를 마련했으며, 고객은 자신이 거래하는 주거래 은행을 통해 비트코인, 이더리움, 스테이블코인 등을 안전하게 거래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은행권의 참여는 또한 AML(자금세탁방지)와 KYC(고객확인)의 엄격한 적용으로 이어져, 독일 시장 내 암호화폐의 신뢰성과 투명성을 높이는 데 기여했습니다.
2. 투자자 보호와 세제 기반 정비
독일은 암호화폐 투자자 보호를 위한 제도적 기반도 상당히 앞서 있는 국가입니다. 가장 대표적인 정책은 ▲1년 이상 장기 보유 시 양도소득세 비과세, ▲분리 과세 구조의 적용, ▲투자 손익 계산 방식의 명확화입니다.
개인은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의 암호화폐를 1년 이상 보유한 후 매도할 경우, 그 차익에 대해 양도소득세를 내지 않아도 됩니다. 이는 투자자에게 장기 보유를 유도하는 효과를 주며, 투기성 단기 거래보다 건전한 시장 형성을 지원합니다.
또한 1년 미만 보유 자산에 대해서는 기존 금융자산과 유사한 방식으로 과세가 이루어지며, 암호화폐 손실에 대한 상계 규정도 명확하게 마련되어 있어 투자자는 예측 가능한 세무 전략을 수립할 수 있습니다. 기관 투자자에 대해서도 별도 회계 기준이 마련되어 있어, 암호화폐를 자산 항목으로 분류하고 평가손익을 재무제표에 반영할 수 있습니다.
한편, 독일 정부는 암호화폐와 관련한 사기, 해킹, 펌프앤덤프(pump and dump) 등의 범죄로부터 일반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해, 프로젝트 등록 의무, 광고 심사 제도, 거래소 감사 요건 등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2024년부터는 ‘디지털 자산 투자자 보호법(Digital Asset Investor Protection Act)’을 통해 ICO 및 토큰세일에 대한 공시 의무도 강화되었습니다.
3. 규제 체계와 MiCA 연계, 독자적 감독 기준
독일의 암호화폐 규제 체계는 EU 전역에 적용되는 MiCA(Markets in Crypto-Assets)와 연계되며, 동시에 자국 내 금융감독청인 BaFin의 독자적 기준을 함께 적용하는 이중 프레임워크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MiCA는 EU 차원의 디지털 자산 법제화 정책으로, 스테이블코인, 거래소, 커스터디 서비스, 토큰 발행사 등을 통합적으로 규제합니다. 독일은 이를 자국 법제와 통합해, ▲라이선스 발급 요건 강화, ▲백서 심사 프로세스 명확화, ▲자본 요건 및 내부 통제 기준 적용 등을 선도적으로 시행 중입니다.
특히 BaFin은 기술 중심이 아닌 ‘위험 기반(Risk-Based)’ 접근 방식을 통해 가상자산 사업자의 ▲보안성, ▲거래 투명성, ▲운영 안정성 등을 평가하며, 불건전 프로젝트는 제도권 진입 전 단계에서 차단하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독일 내 상장된 암호화폐 프로젝트는 대부분 기술력과 신뢰도를 확보한 중대형 프로젝트 위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또한 독일은 디지털 자산을 담보로 활용하는 금융상품, 토큰 증권(STO), NFT 등 신유형 자산군에 대해서도 빠르게 규제 방향을 정립하고 있으며, 이는 디지털 금융의 확장성과 안정성을 동시에 추구하는 방향성과 맞닿아 있습니다.
결론: 독일은 유럽 암호화폐 제도화의 ‘안정적 모델’
독일은 2025년 현재, 유럽 내 암호화폐 제도화에서 가장 실용적이고 정교한 모델을 구축한 국가로 평가받습니다. ▲은행의 암호화폐 수탁 허용, ▲개인 투자자의 장기 보유 세제 인센티브, ▲프로젝트 등록과 광고 심사 기준, ▲독자적 금융감독 체계는 모두 유럽 다른 국가들에 참고 기준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안정적 제도화는 기관투자자의 유입, 블록체인 스타트업의 성장, 전통 금융과 디지털 자산의 융합을 촉진하고 있으며, 독일은 향후 글로벌 암호화폐 산업에서 ‘법적 인프라 허브’로 기능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가상자산의 장기적 성장을 위해 필요한 것은 기술뿐 아니라, 제도와 신뢰이며, 독일은 이 두 가지를 균형 있게 갖춘 대표 사례라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