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R(소형모듈원자로)은 전 세계적으로 차세대 에너지 기술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특히 미국과 유럽은 기술력, 정책 방향, 시장 전략에서 서로 다른 노선을 보이며 각자의 방식으로 SMR 산업을 키워가고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미국과 유럽의 주요 SMR 기업들의 차이점과, 그들이 어떤 전략과 정책 아래 움직이고 있는지를 종합적으로 비교해 보겠습니다.
시장 접근 방식의 차이: 미국은 민간 중심, 유럽은 공공 주도
미국과 유럽의 SMR 기업들은 시장 접근 방식에서 큰 차이를 보입니다. 미국은 민간 중심의 시장 메커니즘을 바탕으로 SMR을 발전시키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NuScale Power, TerraPower, X-energy 등은 민간 투자와 연방정부의 부분적인 보조를 기반으로 상용화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들 기업은 시장성을 중요시하며, 수익성과 사업모델의 지속 가능성을 중심에 둡니다. 특히 NuScale은 NYSE에 상장되었고, TerraPower는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인 빌 게이츠의 적극적인 투자 아래 기술 개발과 프로젝트 운영을 병행하고 있습니다. 반면 유럽은 공공 주도의 접근이 뚜렷합니다. 프랑스의 EDF, 영국의 Rolls-Royce SMR, 폴란드의 Synthos Green Energy 등은 정부 또는 공기업 주도 하에 기술 개발과 시장 진입을 시도하고 있으며, 국영 에너지 시스템 내에서의 역할 강화가 주요 목표입니다. 예를 들어 EDF는 프랑스 정부의 에너지 전략과 맞물려 SMR 설계를 국가 프로젝트로 발전시키고 있으며, 영국 정부도 Rolls-Royce의 SMR 개발을 위해 수천억 원 규모의 자금을 투자하고 있습니다. 이런 접근은 시장 유연성은 떨어지지만, 정책 일관성과 인프라 구축 측면에서 강점을 보입니다.
기술 개발 및 전략 차이: 미국은 다변화, 유럽은 표준화
기술 개발 전략에서도 양 지역은 뚜렷한 차이를 나타냅니다. 미국은 다양한 냉각 방식과 원자로 설계를 실험하면서 기술 다변화를 시도하고 있습니다. NuScale은 경수로 기반의 소형 원자로를, TerraPower는 나트륨냉각로 기반의 'Natrium'을, X-energy는 고온가스로를 각각 개발하며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려 합니다. 이러한 기술 다변화는 각기 다른 시장 수요에 맞는 맞춤형 SMR 솔루션 제공이 가능하게 하지만, 상용화 및 규제 승인의 복잡도를 높인다는 단점도 존재합니다. 반면 유럽은 ‘표준화’ 전략을 통해 일관된 설계를 통한 대량 생산 가능성과 빠른 허가 절차를 추구합니다. Rolls-Royce SMR은 표준화된 470MW급 설계를 중심으로, 기존 원전 부지에 설치 가능하고, 90% 이상의 공장 사전제작률을 목표로 합니다. EDF 또한 프랑스 정부의 지원 아래 표준 SMR 설계 개발에 집중하고 있으며, 유럽 내 규제기관과의 협력을 통해 인증 절차의 간소화를 꾀하고 있습니다. 기술의 복잡성보다는 실현 가능성과 시간 단축이 전략의 핵심입니다. 이러한 차이는 미국은 다양한 기술 실험과 민간의 창의성에 기반하고, 유럽은 정책의 일관성과 안정성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정책 및 규제 환경: 미국은 유연, 유럽은 엄격하지만 명확
정책과 규제의 측면에서도 미국과 유럽은 상이한 접근을 취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SMR을 포함한 첨단 원자로 기술에 대해 적극적인 규제 완화를 추진 중입니다.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는 NuScale의 SMR 설계에 대해 최초로 설계인증을 승인한 바 있으며, ARDP(Advanced Reactor Demonstration Program)를 통해 TerraPower와 X-energy에 대규모 자금 지원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규제는 비교적 유연하고, 민간 기업의 실험을 장려하는 형태입니다. 이에 비해 유럽은 규제가 더 엄격하지만, 그 기준이 명확하고 예측 가능성이 높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유럽연합은 EU Taxonomy를 통해 원자력을 ‘친환경 투자 가능 분야’로 포함시켰고, 각국은 이에 따라 SMR 기술에 대한 지원 정책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프랑스와 영국은 자국의 에너지 주권 확보를 위해 SMR을 전략 산업으로 간주하며, 관련 법과 인허가 시스템을 정비하고 있습니다. 다만, 탈원전을 추진 중인 독일이나 벨기에 등의 국가에서는 여전히 SMR 개발이 정치적 논쟁 대상입니다. 이처럼 미국은 규제 환경이 보다 시장 친화적이며, 유럽은 정책적 명확성을 바탕으로 단계적 개발을 선호한다는 차이가 있습니다. 이는 기업의 개발 방식과 투자 유치에도 큰 영향을 미칩니다.
미국과 유럽의 SMR 산업은 기술, 정책, 시장 전략 측면에서 분명한 차이를 보이고 있습니다. 미국은 민간과 창의 중심, 기술 다변화, 유연한 규제를 통해 빠르게 실험하고 진입하는 구조이며, 유럽은 공공주도, 기술 표준화, 명확한 규제를 기반으로 안정적인 성장을 추구합니다. 이러한 차별화된 전략은 글로벌 SMR 시장에서 각자의 역할을 만들어내고 있으며, 향후 상용화 경쟁에서도 다양한 결과를 낳을 것으로 보입니다. 두 지역의 움직임을 동시에 주목하는 것이 SMR 산업 이해의 핵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