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SMR(소형모듈원자로) 산업은 세계적인 에너지 패러다임 전환 속에서 핵심 기술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민간 및 공공 기업들이 SMR 개발에 참여하고 있으며, 각 기업은 고유의 기술력과 전략을 기반으로 설계, 운영, 부품 공급 등에서 차별화된 역할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미국의 주요 SMR 기업들을 중심으로 그들이 맡고 있는 역할과 기술적 특성을 정리해 보겠습니다.
NuScale Power – 설계의 선두주자
NuScale Power는 미국 SMR 산업의 대표적인 선두주자로, 세계 최초로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로부터 SMR 설계 인증을 받은 기업입니다. 이 회사는 경수로 기반의 SMR 설계를 전문으로 하며, 모듈식 원자로(MMR, Modular Nuclear Reactor) 방식으로 유명합니다. NuScale의 대표 모델은 하나의 모듈당 77MW급 출력을 낼 수 있으며, 최대 12개의 모듈을 하나의 플랜트에 병렬로 설치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습니다. 이로써 총 출력은 924MW까지 확장 가능합니다. NuScale의 가장 큰 장점은 표준화된 설계를 통한 공정 단순화와 공장 사전제작률입니다. 대부분의 구성 부품을 공장에서 제작한 후 현장에서 조립하는 방식으로, 기존 대형 원전에 비해 공사 기간과 비용이 현저히 낮습니다. 또한 수동 냉각 시스템을 포함한 안전성 강화 기능도 큰 특징입니다. NuScale은 설계뿐만 아니라 운영 모델까지도 명확하게 제시하고 있습니다. 자사의 SMR을 기반으로 전력회사, 산업단지, 데이터센터 등에 맞춤형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하며, UAMPS 프로젝트 등 실제 프로젝트에 설계를 적용해 나가고 있습니다. 비록 일부 프로젝트가 경제성 문제로 지연되었지만, NuScale은 여전히 설계 측면에서 가장 앞서 있는 기업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TerraPower – 운영 전략과 차세대 기술의 융합
TerraPower는 빌 게이츠가 공동 창립한 회사로, 차세대 원자로 기술의 실현을 목표로 합니다. 이 기업은 기존의 경수로 방식과는 다른 나트륨냉각고속로(SFR) 기반의 SMR을 개발 중이며, 'Natrium'이라는 독자적인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Natrium 프로젝트는 와이오밍주에서 실증 플랜트가 진행 중이며, SMR과 대용량 에너지 저장 기술을 융합한 점에서 높은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TerraPower의 운영 전략은 단순한 전기 생산을 넘어, 재생에너지와의 하이브리드 에너지 시스템 구축에 있습니다. Natrium 시스템은 345MW 전기 출력을 제공하며, 필요시 저장된 에너지를 활용해 최대 500MW까지 출력을 증강할 수 있습니다. 이는 태양광이나 풍력과의 연계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미래 전력망의 유연성을 크게 향상시킬 수 있습니다. 이 기업은 설계와 엔지니어링 외에도 실질적인 운영 시나리오를 개발하는 데 집중하고 있으며, 연방정부와의 협력을 통해 규제 대응과 프로젝트 자금 조달에서도 안정적인 체계를 갖추고 있습니다. TerraPower는 또한 연료 공급 파트너인 Centrus Energy와 협력하여 고농축 우라늄(HALEU)을 확보하려는 시도를 병행하고 있어, 단순한 기술 기업을 넘어 운영 전반을 커버하는 사업자로 성장 중입니다.
X-energy – 부품 생산과 고온가스냉각로 전문화
X-energy는 고온가스냉각로(HTGR) 기반 SMR을 개발 중인 기업으로, 부품 및 연료 생산에서 특화된 역량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이 회사의 대표 모델은 Xe-100으로, 80MW 전기 출력을 내는 소형 원자로입니다. Xe-100은 높은 열 효율을 갖고 있어 산업용 열 공급이나 수소 생산 등 다양한 활용이 가능하며, 특히 화석연료 기반의 공정을 대체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미래 산업에서 주목받고 있습니다. X-energy는 단순한 원자로 개발에 그치지 않고, Triso 연료라고 불리는 삼중 피복 연료 입자의 대량 생산 기술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이 Triso 연료는 기존 연료보다 높은 안전성과 열 안정성을 가지며, 사고 발생 시에도 외부 유출 가능성이 매우 낮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X-energy는 미국 내 연료 제조 공장을 가동하고 있으며, 자사의 SMR과 연계된 전용 연료 체계를 구축해나가고 있습니다. 또한 이 기업은 부품 모듈화에도 강점을 보이고 있습니다. 전체 SMR 시스템이 사전 제작되어 쉽게 운반 가능하며, 설치 시간 단축과 유지보수 효율성 측면에서도 경쟁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미국 에너지부(DoE)의 ARDP 프로그램의 수혜 기업으로서, X-energy는 기술 실증과 부품 산업화를 동시에 이끌고 있으며, 다른 기업들과의 기술 협력도 활발히 진행 중입니다.
미국의 SMR 산업은 NuScale의 설계력, TerraPower의 운영 전략, X-energy의 부품 및 연료 기술처럼 각 기업이 자신만의 강점을 중심으로 역할을 분담하며 발전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전문화된 분업 구조는 기술의 빠른 상용화와 리스크 분산에 유리하게 작용하며, 미국이 글로벌 SMR 시장에서 주도권을 잡는 데 큰 기여를 하고 있습니다. 향후 각 기업 간 협력과 생태계 확장이 지속된다면, SMR은 단순한 에너지 기술을 넘어 산업 전반을 혁신할 수 있는 기반이 될 것입니다.